
문장을 따라 읽으면 사람이 해야 할 일보다 하나님이 먼저 보입니다
성경책을 펼치면 우리는 본론을 빨리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편지의 첫 인사는 쉽게 지나칩니다. “바울은 사도이고, 에베소 교회에 편지를 보냈구나.” 그렇게 읽고 바로 다음 구절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에베소서의 첫 두 절을 천천히 읽어 보면, 바울은 짧은 인사 속에서 앞으로 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이미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성도들과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 에베소서 1:1~2
문장은 바울에게서 시작하지만 하나님을 향합니다
헬라어 문장의 첫 단어는 Παῦλος(파울로스), ‘바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의 이름만 밝히지 않습니다.
Παῦλος ἀπόστολος Χριστοῦ Ἰησοῦ
파울로스 아포스톨로스 크리스투 이에수
“바울,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여기에서 ἀπόστολος(아포스톨로스)는 ‘보냄을 받은 사람’, 곧 사도라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울이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다음에 이런 말이 붙습니다.
διὰ θελήματος θεοῦ
디아 텔레마토스 데우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바울이 사도가 된 출발점은 바울의 야망이나 능력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입니다.
문장의 길을 따라가면 이렇게 됩니다.
바울
→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 하나님의 뜻으로
바울은 자기 자신을 설명하면서도 결국 하나님께 시선을 돌립니다.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부르셨는가가 먼저입니다.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도 이미 이름이 있습니다
이제 문장은 편지를 받는 사람들에게 향합니다.
바울은 그들을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τοῖς ἁγίοις
토이스 하기오이스
“성도들에게”
여기에서 ἅγιος(하기오스)는 거룩한, 구별된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을
πιστοῖς ἐν Χριστῷ Ἰησοῦ
피스토이스 엔 크리스토 이에수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들”
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표현이 있습니다.
ἐν Χριστῷ — 엔 크리스토, ‘그리스도 안에서’
앞으로 에베소서를 읽으면서 계속 만나게 될 중요한 표현입니다.
바울은 사람을 홀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인가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를 읽을 때 중요한 질문도 달라집니다.
“나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그 질문보다 먼저,
“하나님께서는 나를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부르고 계시는가?”
를 물어야 합니다.
바울은 명령보다 은혜를 먼저 말합니다
2절에 이르면 바울은 에베소 성도들에게 두 가지를 말합니다.
χάρις — 카리스, 은혜
그리고
εἰρήνη — 에이레네, 평강
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은혜와 평강이 어디에서 오는가입니다.
본문은 말합니다.
ἀπὸ θεοῦ πατρὸς ἡμῶν
아포 데우 파트로스 헤몬
“하나님 우리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καὶ κυρίου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카이 퀴리우 이에수 크리스투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의 출발점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은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서 평강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닙니다.
은혜와 평강은 하나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이 짧은 인사 속에서도 에베소서 전체의 방향이 벌써 나타납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향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보다, 하나님에게서 사람을 향하여 무엇인가가 흘러오는 이야기가 먼저 시작됩니다.
두 절 안에 숨어 있는 에베소서의 방향
에베소서 1장 1~2절의 문장을 다시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하나님의 뜻
→ 바울을 사도로 부르심
그리스도 안에서
→ 사람에게 새로운 자리를 주심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 은혜와 평강이 흘러옴
아직 바울은 “이것을 하라”, “저것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하나님이 누구신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은혜와 평강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것이 에베소서를 읽는 첫 번째 문장의 길입니다.
하나님이 먼저 하신 일을 발견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람이 한 일을 찾으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먼저 하신 일이 보입니다.
하나님이 뜻하셨습니다.
그 뜻 가운데 바울을 보내셨습니다.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 두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흘러오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에베소서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무엇을 하셨는지를 바라보라.
이것이 앞으로 에베소서를 읽는 우리의 출발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에게서 오는 은혜와 평강이 단지 바울이 편지 첫머리에 사용한 인사말이 아니라면, 그것은 오늘 나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나는 정말 그 은혜와 평강을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같은 에베소서 1장 1~2절을 가지고,
「은혜와 평강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라는 질문을 따라가겠습니다.